부총리 '지방 부동산 대책' 언급했지만…"방법이 없네”

대책 내놓으면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 줄 우려
기반산업 무너진 곳 대부분이라 산업대책이 더 필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침체된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맞춤형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보였던 집값 안정 기조와 상반된 신호를 줄 수 있는 데다 침체된 지역들이 주로 기반산업이 무너진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홍 부총리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방 부동산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인위적인 부동산 대책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침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 맞춤형으로 핀셋 정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GM 군산 공장이 폐쇄되면서 GM과 하도급 업체 직원들로 북적였던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일대 원룸촌이 텅 비었다. /조선일보DB

하지만 기재부나 국토교통부 등 정부 안팎에선 지방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활성화 대책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해운대·동래·수성, 대구 수성구·세종시 등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된 4개 지역을 제외하면 지방에 가해지는 규제가 사실상 거의 없어 걷어낼 만한 규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여러 대책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 대해 대출문턱을 강화하고 세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라 지방과는 큰 관련이 없다. 침체 정도가 심한 경남 거제나 울산 등에는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는 이어지고 있으나 지방을 겨냥한 직접적인 규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지방 부동산을 대상으로 완화 대책을 내놓는 것은 자칫하면 전국적으로 안정을 되찾은 시장의 불씨를 되살리는 ‘잘못된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방 시장이 침체됐다고 대출여건 등을 풀어준다면 당장 풍선효과 부작용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직후에도 인천이나 경기 부천 등 비규제지역 분양단지가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고 가격이 타 지역 대비 오르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는 해당 지역 기반산업과 연결돼 있어 대안을 찾기가 더욱 쉽지 않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하는 지난달 기준 전국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경남 거제가 1년전보다 14.33% 떨어져 전국 시·군·구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울산 북구(-11.3%), 경남 창원 성산구(-10.53%), 울산 동구(-10.42%) 등도 많이 하락했다. 모두 조선·중공업이 지역 경기를 먹여살리는 산업인데, 이들 업종은 업황이 좋지 않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대책보다는 일자리나 산업 등의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재부와 국토부는 당분간 시장 점검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방 부동산 시장은 호황기를 누렸고, 그때 대거 분양한 물량들이 지난해부터 입주를 지속하면서 하락기에 접어든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대책이 필요한지 여부를 계속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조선비즈 & Chosun.com 2019.02.20